며칠 전에 올렸던 시계와 비슷한 DIY 키트입니다. 18~19달러 정도하니 가격은 알리 제품치고는 좀 비싼 편입니다. 예전에 라디오 키트를 3개나 주문해서 만들어 보았는데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새로나 AM/FM 겸용 라디오 키트: FM 방송 안 나옴, AM 방송은 나오나 채널이 몇 개 안 잡힘. 잡음 심함. 결국 폐기함
2. 아카데미 FM 라디오 키트: 제작연도가 98년 5월. 구시대의 유물인데 차라리 이 제품은 소장만 할 걸 후회함. 소리 전혀 안 나와서 폐기
3. 새로나 FM 라디오 키트: 노출형 기판(별도의 케이스가 없음) 제품인데 다행히 이건 소리가 잘 나옴. 하지만, 주파수 조정이 어려워서 몇 개 채널만 잘 나오고 잡음이 심한 편임. 현재 장식용으로 전락함
이번에는 제대로 잘 만들어야 할 텐데 전적이 있다보니 걱정이 앞서네요. 아무튼,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제품 구성물입니다. 스피커, LCD 패널, 기판 및 부품들, 볼트 및 너트, 케이스 피스(아크릴 소재) 등이 들어 있습니다. 케이스 조립은 예전에 시계를 조립했을 때와 비슷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메인칩 및 저항, 세라믹 콘덴서(커패시터)를 우선 납땜하였습니다. 매뉴얼도 없는 상태라서 판매자 상품 설명에 나온 유튜브 동영상 및 이와 비슷한 라디오 키트 조립한 동영상 등을 참조하여 작업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제품 납땜 동영상은 배속이 너무 빨라서 중간 중간 화면 멈춰 놓고 부품 위치 등을 확인하였습니다. 저항은 멀티미터로 저항값을 우선 측정해서 잘못된 위치에 납땜하는 걸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스피커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납땜 완료하고 기판을 플럭스 제거제로 세척한 후 찍은 사진입니다. 납땜 자체는 어려움없이 무난히 잘 되었습니다. 안테나 납땜이 조금 생소하긴 했지만, 이것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기판 앞면을 찍은 사진입니다. 참고로 사진 상단 LED 바로 아래 IC칩 2개가 서로 납땜 방향이 다릅니다. 이 점만 유의하면 납땜은 큰 문제는 없습니다. 칩 앞면( 숫자가 적혀있는 면) 기준으로 좌측 칩은 기판 위쪽 방향, 우측 칩은 기판 아래 방향으로 납땜하면 됩니다. 좌측 칩은 처음에 우측 칩하고 같은 방향으로 납땜했더니, 바로 아래 전해 콘덴서 장착에 간섭이 발생해서 기판 뒤쪽을 살펴보다가 알게된 사항입니다. 매뉴얼이 없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 후로 스피커 전선을 납땜하고 스피커를 연결하였습니다.
참고로, 기판 우측에 굵은 콘덴서 2개는 별도 구입한 오디오용 콘덴서구요. STC라고 보이는 칩 안쪽에도 부품들이 있습니다. 그 중 1개도 제가 별도로 구입한 오디오용 콘덴서로 대체하였습니다. 원래는 콘덴서를 가로로 눕혀서 납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게 잡음 증가의 원인이라고 하여 우선 이 3개만 교체해서 납땜한 겁니다. 대조군이 없어서 원래 부품 장착시 성능은 어떤지 알 수가 없네요.
케이스 조립전 구동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이 제품은 건전지로 작동하는 게 아니고 DC 5V 전원을 이용하여(DC to USB 케이블 동봉) 전원을 인가받는 방식입니다. PC에 있는 USB 포트에 케이블 연결하면 됩니다.
오~~다행히 전원을 켜니 소리가 잘 나옵니다. 버튼은 왼쪽부터 전원 온오프, 볼륨 +, 볼륨 -, 주파수 +, 주파수 -, LED 온오프 입니다. 아쉽게도 자체 메모라이즈 기능은 별도로 없어서 전원을 껐다가 켜면 디폴트 세팅값으로 돌아갑니다. 디폴트는 최저 주파수, 볼륨은 8. (볼륨 최대는 15까지이고, 스피커가 한계가 있다보니 볼륨을 최대한 높이면 소리가 찢어지는 듯이 나오네요. ) 참고로 전 볼륨 1~2 정도로 해서 청취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하면 너무 시끄럽네요.
케이스 조립을 합니다. 라디오 정면(액정 부분 기준)에서 우측 옆면 케이스 장착이 안 됩니다. 기판 끝 부분이 튀어 나와있네요. 처음에는 이게 불량인 줄 알았습니다.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케이스 조립한 걸 다시 분해해야 하나 고민도 되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는데요.
위에서 4번째 사진(기판 정면 사진)을 보면 우측 끝부분에 실선이 그어져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롱노우즈로 이 부분을 살짝살짝 물려주니 어느 순간 그 부분이 뚝하고 커팅이 되네요.
기판 끝부분이 제거가 되니 케이스 장착에 이상이 없었습니다. 다 조립하고 커팅된 기판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케이스 조립 후 구동 테스트 사진입니다. 이상없이 잘 작동하네요. 주파수 +, – 버튼은 방송이 잡히는 주파수를 자동으로 잡아 주네요. 별도의 채널 메모 기능이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주파수가 일정 수치로 증가나 감소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잡음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물론, 위치에 따라서 주파수에 따라서 잡음이 크거나 작게 나오기는 합니다만, 예전에 조립한 라디오 키트에 비하면 정말 음질이 좋습니다. 의외의 성능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네요.
좀 더 잡음이 적게 나오는 위치에 놓고 방송을 청취해 보았습니다. 상단의 LED는 음폭에 따라서 색상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대화는 빨간색이고 노래가 나올때 고음이나 볼륨이 높아지면 색깔이 변하는데 정확한 원리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 제품은 추천하고 싶은 제품입니다. 납땜 연습용으로도 좋고 실사용 제품으로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장점>
– 제품 완성도가 높고(케이스 조립은 여전히 좀 별로임, 다만 예전 시계 조립처럼 아크릴이 부러질 우려는 좀 적음) 성능이 좋음
– 아크릴 케이스로 투명하게 내부가 보여 제품이 예쁨
– LCD 화면에 주파수, 볼륨이 표시되어 직관적임
– 제품 사이즈는 작은 편(가로 9cm, 세로 4.5cm, 높이 7cm 정도)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인테리어 용으로도 좋을 듯 함
– 납땜할 부품이 제법 많아서 납땜 DIY 연습용으로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음
– 국내에서 판매하는 라디오 조립용 키트보다 저렴함
<단점>
– 매뉴얼 부재, 동영상 부실로 인해 납땜 초보가 도전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여겨짐
– 건전지 방식이 아니라서 사이즈는 휴대용이나 실제로 휴대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움
(물론, 휴대폰 보조 배터리 등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휴대성을 확보할 수는 있음)
– 케이스가 아크릴이라 먼지, 지문, 얼룩 등 제거가 어려움
– 해외 구매라 배송이 늦음
추신: 얼마 전 만들었던 납땜용 시계는 어느 순간 시간이 제대로 표시가 안 되는 등 문제가 생겨서 그냥 버렸습니다. 그 제품은 구매 추천을 할 수가 없네요. 그냥 연습용으로 사용하실 분들만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후기 마칩니다.
이전에 소개한 이야기들에서는 라디오의 발전 역사를 살펴봤었는데요. 여기부터는 라디오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기로 합니다. 예전 중/고등학교를 다닐 시절 즈음해서는 4석 라디오니 8석 고급 라디오니 해서요. 직접 자작할 수 있는 키트 형태로 된 제품들을 팔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도 애들이 구독하는 과학 잡지를 보니 이런 키트들이 아직 팔리고 있네요.
사진 속에 보면 4석과 6석 라디오 키트라고 쓰여진 부분이 보입니다. 아직도 애들이 이런 키트를 사서 납땜하고 조립하는 취미생활을 하는 모양이네요. 과거 개인적으로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한동안 이 전자공작에 열중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납땜이 영 서툴러서 뭘 만들더라도 말이죠. 제대로 동작을 시켜 본적이 별로 없어서 한동안 열심히 해보기만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차라리 그렇게 만들려고 했었던 전자회로들이 작동이 안되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자공학에는 별로 소질이 없나 보다 하고요. 대신 컴퓨터로 눈길을 돌렸으니 그나마 좀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나중에 먹고 사는 업(業)을 선택하는 입장에서는 말이죠. 컴퓨터가 좀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하여간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전자자작에 대한 흥미는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지요?
라디오 만들기
요즘 산행을 취미 삼아서 여기저기 산들을 오르면서 말이죠. 등산길에서 작은 라디오를 배낭에 달고 다니면서 방송을 듣는 사람들을 간혹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냥 적적하게 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고요. 노래라도 들으면서 등산을 하는 모습이 괜찮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소형 라디오를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라는 것이 전파공학의 집합체라 말이죠. 앞에서 이야기를 얼핏 했지만 작동개념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지요? 그래서 이론 공부만 하면서 안 돌아가는 머리만 타박하느니 말이죠. 직접 만들어 보면 개념을 이해가 훨씬 쉽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니 아직도 라디오 키트를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샀지요. 대부분 옛날 기술로 만들어진 그런 제품들이더군요. 예전에 만들어진 MK484라는 AM 라디오 튜너라는 칩을 써서 만든 AM 라디오 키트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건 정말 어디 가서 찾아보기도 어려운 빈티지 칩인데 말이죠.
사진에는 그때 만들었던 라디오 키트는 아니지만 비슷한 제품이 보입니다. 폴리바이콘과 같이 정말 이제는 보기 드문 그런 부품들을 연결해야만 소리가 나는 라디오였지요. 키트에는 앰프가 같이 딸려 나오지 않아서요. 별도로 LM386으로 스피커를 구동시킬 수 있는 소형 앰프를 만들어서 달아 주었습니다. 이후에 산 FM 라디오 키트를 보니 TDA7000과 같은 one chip 라디오 IC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제 트랜지스터로 덜 떨어진 기능의 라디오를 만든다는 것은 말이죠. 거의 옛날 이야기가 되어 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이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려면 RF 코일이나 이상한 값의 진동수를 가진 크리스털과 같이 말이죠. 요즘에는 찾기도 어려운 부품들에 손을 대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이 TDA7000에는 슈퍼헤터로다인 라디오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이 다 내장이 되어 있더군요. 그 구조는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슈퍼헤테로다인 라디오 작동방식을 온전히 설명하려면 책 한 권을 써야 할 정도이니 간략하게 터치만 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위에 그린 구성도는 슈퍼헤테러다인 라디오의 필수적인 부속 모듈들입니다. 작동방식의 핵심은 과거 진공관이나 반도체들이 고주파를 제대로 증폭시키기가 어려웠었고요. 또한 고주파로 동작하는 회로를 설계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말이죠. 국부 발진으로 얻어진 낮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서요. 안테나로부터 수신한 고주파를 섞어서 (Mixer) 중간 정도의 주파수 대역으로 낮추어서 신호들을 처리를 한다는 점입니다. 안테나와 바로 연결된 RF 신호 증폭단을 제외하면 말이죠.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반도체들이 쉽게 처리를 할 수 있는 중간 주파수 영역의 신호를 처리는 기능들이 되는 것이지요. 전체적인 동작을 설명하면 대충 이렇습니다.
방송국에서 아나운서가 마이크로 뉴스를 전달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일단 마이크로 입력된 음성신호와 AM 및 FM 주파수 반송파를 조합하여 (변조하여) 라디오 전파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몇 백 Khz부터 100 Mhz 내외의 라디오 전파가 만들어 지는 것이지요.
일단 안테나로 수신된 라디오 전파 신호가 아주 미약하기 때문에 1차 증폭을 시켜줍니다. 이 일은 RF amplifier 단이 담당하게 되지요. 증폭을 한다고 하더라도 고주파 영역에서는 말이죠. 반도체의 증폭율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증폭된 신호도 그리 센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다음 단계인 Mixer (뭘 혼합 한다는 이야기이지요?)에서 1차로 증폭된 라디오 전파 신호와 국부적으로 만들어진 (보통 크리스탈 진동자와 PLL 즉 Phase Locked Loop이 신호를 만들어 냅니다) 낮은 대역의 주파수를 합치는데요. 그래서 조작이 쉬운 중간 주파수 대역의 신호로 변환합니다.
Filter를 통하여 방송국에서 음성신호와 함께 전파를 멀리 보내려고 같이 딸려 보내온 반송파 신호를 제거해버립니다. 이제 국부적 (라디오 자체에서 만든)인 주파수 신호와 음성 신호만이 남게 되지요.
음성신호와 중간 주파수 신호가 합쳐진 것을 2차로 한번 더 증폭시켜줍니다. 이제 전파 신호는 uV 정도에서 mV 정도로 증폭이 되지요
Demodulator에서는 국부적으로 발생시킨 중간 주파수 신호를 빼주고요. 최종적으로 순수한 음성 신호만을 추출해냅니다. 그러면 원래 방송에서 마이크를 통하여 입력 받은 신호만이 남게 되는 것이지요
남은 음성신호를 앰프로 스피커가 울리도록 증폭시켜줍니다. 이 부분은 이전에 앰프 DIY에서 익히 들으셨던 내용이지요?
TDA7000과 같은 one chip 라디오 IC에는 RF amplifier에서부터 Demodulator까지의 회로가 다 들어 있습니다. 오디오 앰프 부분은 제외가 되어 있지요. 요즘에 나오는 라디오 IC들은 과거 트랜지스터들을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 복잡한 회로 부분들을 말이죠. 모두 하나의 칩 안에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TDA7000 으로 라디오 만들기
필립스에서 나온 이 칩을 요새 어디에서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같습니다. 몇 년 전에 1개에 만원 정도하는 소형 중국 라디오들이 거리 좌판에서 많이 팔리곤 했었는데요. 이런 저가형 FM 라디오에는 거의 모두 이 칩이 들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형 라디오에 대한 수요가 없어지자 필립스는 더 이상 이 칩을 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네요. 그래서 과거에 샀던 키트에서 이 칩을 빼서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여간 라디오 키트로 다시 포터블 라디오를 만드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TDA7000을 쓰는 라디오 회로를 하나 구했습니다. 회로도는 지적 재산권이 붙어 있는 것이라 여기서 보여드릴 수는 없고요. TDA7000을 설명하는 제조사의 Spec sheet에도 참고용 회로도가 나옵니다. 이 회로도를 부품들이 실장 된 실체도로 만든 모습은 다음과 같지요.
TDA7000은 동조되어 선국된 라디오 (Radio frequency) 신호를 입력 받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다 처리를 해줍니다. 그래서 소위 탱크회로라고 하는 주파수 선국 장치는 외부에 달아줘야 하는데요. 그 회로를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폴리바리콘과 코일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요새는 바렉터라는 가변콘덴서가 있어서 저항값을 조절하면 말이죠. 캐피시턴트가 변하는 부품이 있는데요. 그래서 보다 편리하게 탱크회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바렉터를 쓰면 구하기 어려운 폴리바리콘을 뺄 수가 있지만 말이죠. 사실 바렉터 자체도 사려다 보니 이젠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이전 라디오에서 빼낸 폴리바리콘을 사용하고요. 코일은 자체적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탱크 회로 말고도 전원공급 회로와 TDA7000이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콘덴서들과 저항 몇 개를 끼워주면 말이죠. 비로소 IC Chip은 완벽한 FM 라디오 역할을 해냅니다. 그리고 LM386을 써서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도록 앰프 회로를 첨가해주었지요. 위 그림에서 좌측 회로 부분은 위에서 쳐다본 것이고요. 우측 부분은 기판 아래에서 쳐다본 모습입니다. 이렇게 양쪽 그림을 대조시켜놓으면 납땜을 할 때 편한 점이 많지요. 그런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더군요. 바로 56nH (마이크로 헨리) 짜리 코일을 만드는 건데요. 다행스럽게 인터넷에 찾아 보니 코일을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 사이트는 아래 주소로 접근 할 수 있는데요. 각종 코일들을 만드는 방법들을 설명해놓았습니다.
코일을 반드시 절연이 된 에나멜 선으로만 만들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요. 평범한 양철 와이어를 가지고도 만들 수가 있더군요. 56nH는 21 게이지(SWG) 굵기의 와이어를 3mm 지름으로 5번 반을 돌리면 만들 수 있다고 그 웹사이트에 나와 있었습니다. 좀 복잡한 이야기를 해보죠. 사실 아날로그 회로에 손을 대면 이런 고생을 해야 한다는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로 코일을 만드는 과정이 다소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이 될 것 같네요. 코일의 인덕턴스를 계산하는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든 단위가 인치로 되어 있어서 표준 MKS형 단위로 환산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cm x 0.39* = in
in x 2.54 = cm
Inch(인치)에다가 2.54를 곱하면 cm가 됩니다. 공식에서 R은 코일의 반경(인치), N은 감은 횟수, L은 코일의 길이를 말합니다.
하여간 이렇게 복잡한 공식을 적용하여 코일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이 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머리만 아파질 것 같고요. 하여간 아날로그 회로를 손대다 보면 이런 어려움에 여러 번 봉착하게 됩니다. 여기에 여러 가지 보정계수들을 적용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면 코일 중간에 페라이트와 같은 자화물질을 넣으면 얼마를 감해야 하고요. 또 서로 절연이 안된 코일들이 붙어 있으면 또 뭘 해야 하고 등등 해서요. 결론적으로 56uH 코일을 만드는 일은 쉽지가 않더군요. 하여간 저는 코일을 만드는 데에 이런 양철 와이어를 썼습니다.
이것들은 프린팅 PCB를 대신해서 와어링 패턴을 만드는데 주로 섰던 양철 와이어들입니다. 서로 굵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웹 사이트에 쓰여진 요구사항 데로 맞추어 코일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만들긴 했는데 이게 정확히 56uH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지요? 하여간 다 만들고 주파수 커버리지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테스트하면 될 것이니 말이죠. 일단 만들어진 코일로 라디오 만들기를 강행했습니다. 라디오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캐패시터들은 세라믹이나 마일러 제품들을 많이 씁니다. 그런 부품들을 집에 다 갖추어놓진 않아서요. 과거에 망가뜨린 라디오 기판에서 말이죠. 적당한 크기의 콘덴서들을 다 빼다가 라디오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사실 대충 만든 코일과 망가진 라디오에서 빼낸 부품들을 가지고 만들고 있는데요. 정말 작업 후에 이 라디오가 동작을 하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경험을 통해서 보면 회로도가 요구한 데로 충실히 만들면 말이죠. 장치들이 거의 다 제대로 동작을 해왔다는 것을 믿을 밖에는 없었네요. 그러나 인터넷에 나와 있는 회로도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는 것도 무리가 있을 때도 있더군요. 그래서 얻은 회로도의 정확성은 여러 번 체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것들을 복수 개로 얻어서 비교를 해보는 것이지요. 하여간 의구심 반 확신 반으로 회로를 만들었습니다. 너무 소형화에 주력을 하다 보니 부품을 끼우고 납땜을 하기가 어렵더군요. 하여간 한동안 고생을 해서 만들었던 결과가 아래 사진에 있네요.
중간에 꼬불거리며 흰색으로 빛나고 있는 넘이 바로 그 자작한 코일입니다. 못 쓰는 회로들에서 콘덴서들을 빼다가 쓰다 보니 색깔이 정말 알록달록 합니다. 하여간 보기에는 좋네요. 콘덴서들 사이로 TDA7000 라디오 칩이 보입니다. 아래쪽에 붙어 있는 8핀 짜리 IC가 LM386이지요. 일단 오밀조밀하게 부품들을 위치시켜서 납땜은 끝냈습니다. 여기에 폴리바리콘을 끼워주고요. 스피커와 전원을 연결해서 라디오가 나오는지 테스트할 준비는 다 끝을 냈습니다. 전원을 연결하고나니 라디오 방송이 잘 잡힙니다. 이 라디오를 만들기 이전에는 DAC을 만들다가 실패를 하고요. 또한 앰프를 만들다가 태워 먹기도 하면서 성과가 별로 좋질 못했는데요. 이 라디오는 오래간만에 자작에 성공을 거둔 케이스이네요. 물론 코일의 제원이 정확하지 않고요. 또한 사용한 폴리바리콘의 용량도 마킹이 지워지는 바람에 얼마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그런 부정확한 부품들을 끼워 맞추어놓으니 일단 소리가 납니다. 멀쩡히 동작하는 집안의 다른 라디오로 들으니 말이죠. 주요한 방송국들은 다 잡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한번에 이렇게 성공을 가두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이 넘을 케이스에 넣어서 산행할 때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하려면 아크릴로 박스 만들고요. 그전에 디자인도 만들어야 하고 나가서 박스 제작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귀찮아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못하게 되었네요. 사실 요즘은 먹고 사는 일 때문에 짬을 내서 뭘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새로 만든 라디오로 작은 스피커에서 찌그러진 듯한 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말이죠. 신기해하면서 FM 방송들을 한동안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라디오를 결국엔 한참 시간이 경과하고 나서야 완성할 수 있었네요. 이걸 만들고 나니 다른 걸 더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말이죠. 요즘에는 시간을 내는 것이 싶지가 않아서 말이죠. 하여간 어린 시절부터 이 라디오에 대한 동경심이 아주 많았었는데요. 결국 오랜만에 예전 기억들을 되살려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 때 만들었던 라디오가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네 번째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번에는 라디오를 만든 이야기를 한번 해봤는데요. 폴리바리콘이나 코일과 같은 아날로그 부품들로 만든 라디오 자작 사례를 소개하긴 했는데요. 그러나 TDA7000이란 칩 라디오 IC를 썼다는 것이 이미 디지털 기술의 상당 부분을 도입한 것이지요. 어찌 보면 이 라디오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들이 좀 섞여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음에 소개할 라디오는 완전히 디지털로만 되어 있는 사례입니다. 이제 발전된 디지털 기술이 라디오란 고전적인 장치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나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다른 라디오를 만들어 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기로 합니다.